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2024)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1)해설이 첨부된 세계명시 /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2)

2012. 1. 15. 14:08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3)https://blog.naver.com/sunglilysky/30128783864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4)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

희망은날개달린것
영혼의횃대에걸터앉아,
가사없는곡조를노래하네
결코그칠줄모르고,

모진바람이불때더욱감미롭고,
참으로매서운폭풍만이
많은이들의가슴을따뜻이감싸준
그작은새를당황하게할수있을뿐

나는아주추운땅에서도,
아주낯선바다에서도그노래를들었네,
허나,아무리절박해도,희망은결코,
내게빵한조각청하지않았네

*디킨슨은시에제목을붙이지않았다.작품번호로통용되고있으나번역시의경우보통첫구절을제목으로삼고있다.

HopeisthethingwithFeathers
Thatperchesinthesoul,
Andsingsthetunewithoutthewords
Andneverstopsatall,

Andsweetestinthegaleisheard,
Andsoremustbethestorm
Thatcouldabashthelittlebird
Thatkeptsomanywarm.

I'vehearditinthechilliestland,
Andonthestrangestsea,
Yet,never,inextremity,
Itaskedacrumbofme.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5)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6)

hope! hope! 하면, 어쩐지 뛰어야만 할 것 같다. 어릴 적 예쁜 무용 선생님이 작은 봉을 들고 홉 앤 스텝, 홉! 홉! 하면, 우리는 가볍게 껑충껑충 뛰곤 했었다. 그렇게 튀어 오르는 용수철처럼 뛰다보면, 우리들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을 것도 같았다. 한데 희망! 희망! 하면, 무언가 차오르고 고이는 느낌이다. 희망, 희망, 할수록 자꾸 가라앉는 것만 같다. 어쩐지 길고 무겁다.

그래서일까. 희망은 내게 땀방울과 핏방울을 세며 자라는 독하고 모진 것이다. 희망을 바랐고 선 영혼이 때때로 수건을 싸쥐거나 붕대를 싸매야 하는 까닭이다. 더러는 너무 오래 쳐다보다 눈이 멀기도 한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우리에게 젖이나 눈물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다. 쓰러지고 지친 영혼을 먹여 살리고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세상 어떤 칼이나 화살도 받아낼 수 있는 넉넉한 품과도 같다. 그러기에 우리는 희망 없이 살 수 없고, 희망 없이는 함께 혹은 다시 일어설 수도 없다. 그러니, 홉!처럼 뛰어오르는 우리들의 희망!

디킨슨에게 희망은 영혼에 깃들어 사는 한 마리 새와 같다. 희망에 날개가 있으니, 희망은 저리 자주 뛰어오르고 또 날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런 희망의 새는 그치지 않는 노래를 부른다. 노랫말이 없는, 언어 이전이나 언어 너머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이기 때문에 그치지 않는 것이리라. 그러니까 육성(肉聲) 그 자체가 노래가 되는 구음(곡조) 같은 것들, 혹은 영혼에서 터져 나오는 비상(飛翔)하는 침묵이나 비명 같은 것들! 그 희망의 새는 거대한 폭풍에 잠시 주춤할 뿐, 힘든 상황일수록 더욱 감미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 그치지 않는 희망의 노래를,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허나 희망은 늘 너무 멀리 있곤했다. 디킨슨은 희망에 절망했다.

디킨슨은 이렇듯 '지칠 줄 모르는' 희망의 시인이자 사랑의 시인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유명한 시들은 죽음과 절망과 광기를 노래한 시들이 더 많다. 사실 고독과 불행과 고통은 그녀 삶의 동반자였다. 그러한 삶을 "영혼이 그 자신에게 허락한/ 저 극지(極地)의 사생활", "순교자 시인은 말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고통을 언어로 짜 넣었다"고 했으며, "외로움이 없다면/ 더 외로워지리라"고 노래하면서 은둔의 삶 속으로 빠져 들었다". "광기야말로 가장 신성한 지각입니다./ 분별력 있는 눈에게,/ 지각은 순수한 광기입니다."나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라는 시들처럼, 광기와 허무를 예찬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잡지 편집장이었던 히긴슨(T.W. Higginson)에게 쓴 편지에는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지요, 그러나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두려웠기에 나는 노래했지요, 소년이 장례식 무덤가에서 노래하듯이"라고도 썼다.

사진 찍는 걸 거부했던 탓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은판 사진 한 장을 통해 디킨슨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다. 1847년에 제작된 사진이라니 아마 디킨슨이 열일곱 살 때인 듯하다. 하얀 주름 칼라가 강조된 빅토리아풍 드레스에 짙고 숱 많은 머리 또한 흐트러짐이 없이 단정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겁먹은 듯 긴장한 소녀의 얼굴 속에는 장난기를 감춘 듯한 소년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있다. 수줍고 솔직한 듯하면서도 고집 세고 위악적인 듯하다. 고독해 보이면서도 무심해 보인다. 그녀의 사진을 요구한 히긴슨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런 거 없다는 내 말을 믿으시겠어요? 난 지금 사진을 갖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나는 굴뚝새처럼 작고 내 머리카락은 밤나무 가시처럼 뻣뻣하고 내 눈은 손님이 마시다 남기고 간 갈색 셰리 포도주 같아요. 이거면 설명이 충분히 되겠어요?"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7)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8)

부유하고 명망 높은 가문에서 태어나 55년 5개월 5일을 살다 간 시인, 사랑에 눈뜰 무렵에 시력을 잃기 시작한 시인, 젊어서 유부남 목사를 사랑했으나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 ‘애머스트(그녀가 살던 곳의 지명)의 수녀’라 불렸던 시인, 33년 3개월 3일(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러했을 것만 같다!)쯤을 흰옷만 고집한 채 아버지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거부하며 은둔해 살았던 시인, 정원 가꾸기와 화초 재배가 전문가 수준이었고 사전이 생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시인, 제목도 없는 시를 1,700여 편이나 썼으되 평생 10편도 채 발표하지 못했던 시인, 발표한 시들조차도 익명으로 발표했던 시인, 죽고 나서야 유고 시집으로 묶여 빛을 보게 된 시인…… 19세기 '다락방에 갇힌 여자'의 삶을 살았으며 죽은 후에 더 알려지게 된 ‘디킨슨 신화’를 이루는 얘깃거리다.

열사의 여름 끝으로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처럼 혹은 꽁꽁 언 땅에서 돋아난 풀 한 포기처럼,끝끝내 주저앉지 않는 희망, 끝내 저지르는 희망, 기필코 찾아가는 희망, 쉼 없이 만들어 가는 희망, 무한히 감염시키는 희망을 꿈꾸어 본다. 그런 희망의 모르핀이 우리들 밥상에도, 책상에도, 일터에도,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둥지를 틀기를…… 아무리 희망이 나에게 어떠한 말도, 손짓도 건네지 않더라도, 결국 희망이 우리에게 빵 한 조각이라도 청하는 말 건넴의 손짓이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빵 조각들이기를,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또한 희망에게만은 빵 한 조각을 청할 수 있기를, 그 그치지 않는 희망의 노래를 잊지 않기를…….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9)에밀리 디킨슨 (Emily Elizabeth Dickinson, 1830.12.10~1886.5.15)

183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청교도 가정에서 태어났다. 1847년 마운트 홀리요크 여자학원에 입학하였으나 1년 만에 중퇴했고, 시작(詩作)에 전념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다. 1855년 목사인 찰스 와즈워스(Charles Wadsworth)를 만나 칼뱅주의적 정통주의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시는 자연과 사랑 외에도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많이 다루었다. 이미지즘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단시(短詩)들을 남겼으며, 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20세기에 들어 이미지즘이나 형이상학적인 시의 유행과 더불어 높이 평가받게 되었다. [전시집(全詩集)], [전서간집(全書簡集)]이 있다.

정끝별

1988년 <문학사상>에 시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시 쓰기와 평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시집으로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시론•평론집 [패러디 시학],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 [파이의 시학] 등이 있다.

공감이 글에 공감한 블로거 열고 닫기

댓글쓰기 이 글에 댓글 단 블로거 열고 닫기

인쇄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2024)
Top Articles
Latest Posts
Article information

Author: Wyatt Volkman LLD

Last Updated:

Views: 6302

Rating: 4.6 / 5 (66 voted)

Reviews: 81% of readers found this page helpful

Author information

Name: Wyatt Volkman LLD

Birthday: 1992-02-16

Address: Suite 851 78549 Lubowitz Well, Wardside, TX 98080-8615

Phone: +67618977178100

Job: Manufacturing Director

Hobby: Running, Mountaineering, Inline skating, Writing, Baton twirling, Computer programming, Stone skipping

Introduction: My name is Wyatt Volkman LLD, I am a handsome, rich, comfortable, lively, zealous, graceful, gifted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